1900-1910년대
향수
고향은
인제 먼 반도에
뿌리치듯
버리고 나와,
기억마저
희미하고,
옛일은
생각할수록
쓰라리다만,
아아! 지금은 오월
한창 때다.
종달새들이
팔매 친 돌처럼
곧장
달아 올라가고,
이슬방울들이
조으는,
초록빛 밀밭 위,
어루만지듯
미풍이 불면,
햇발들은
화분(花粉)처럼 흩어져.
두 손을 벌려,
호랑나비를 쫓던
도랑가의 꿈이,
아직도
어항 속에
붕어처럼
맑다만.
지금은 오월
한창때
소낙비가 지나간
도회의 포도(舖道) 위
한줌 물속에,
아아! 나는
오월의
푸른 하늘을 보며,
허위대듯
잊기 어려운
나비를 쫓고 있다.
주석
화분(花粉) 꽃가루.
포도(舖道) 포장한 길. 포장도로.
심상·해설
버리고 떠나온 고향이 오월의 푸른 밀밭과 종달새, 나비 쫓던 도랑가의 꿈으로 환히 되살아난다. 소나기 지난 도시 포도 위 한 줌 물에 비친 하늘을 보며 끝내 그 나비를 다시 쫓는 그리움이 사무친다.
낭독 지시
Style: 오월 햇살처럼 맑고 가볍게, 짧은 행마다 숨을 띄워 아련하게, 끝 '나비를 쫓고 있다'는 그리움에 잠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