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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곡
1920년대

소곡

정지용 · 1920년대
물새도 잠들어 깃을 사리는 이 아닌 밤에, 명수대 바위틈 진달래꽃 어찌면 타는 듯 붉으뇨, 오는 물, 가는 물, 내쳐 보내고, 헤어질 물 바람이사 애초 못믿을손, 입맞추곤 이내 옮겨가네. 해마다 제철이면 한등걸에 핀다기소니, 들새도 날러와 애닯다 눈물짓는 아침엔, 이울어 하롱 하롱 지는 꽃닢, 설지 않으랴, 푸른물에 실려가기, 아깝고야, 아기 자기 한창인 이 봄밤을, 촛불 켜들고 밝히소. 아니 붉고 어찌료.

주석

소곡(小曲) 짧고 서정적인 노래, 또는 작은 악곡. 가벼운 가락의 짧은 서정시를 뜻한다.

명수대(明水臺) 서울 한강 가 흑석동 일대의 경치 좋은 언덕. 맑은 물이 내려다보이는 명소로, 진달래가 피던 곳이다.

이 아닌 밤 이슥한 밤, 한밤중. '아니다'의 옛 활용으로 '깊은 밤이 아닌가' 싶을 만큼 고요한 밤을 가리킨다.

핀다기소니 핀다지마는, 핀다고 하지만. 해마다 같은 등걸에 핀다 해도 지는 꽃은 섧다는 뜻으로 이어진다.

심상·해설

물새도 잠든 깊은 봄밤, 명수대 바위틈에 타는 듯 붉은 진달래와 푸른 물에 실려 지는 꽃잎을 바라보며, 덧없는 봄을 촛불 켜 아쉬워하는 애상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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