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흘러가는 물이라 맘이 물이면
흘러가는 물이라 맘이 물이면
옛날에 곱던 그대 나를 향하여
귀여운 그 잘못을 이르려느냐.
모두 다 지어 묻은 나의 지금은
그대를 불신만 전 다 잊었노라.
당연히 이미 잊고 버렸을러라.
그러나 그 당시에 나는 얼마나
앉았다 일어섰다 설워 울었노,
그 연갑(年甲)의 젊은이 길에 어려도
뜬 눈으로 새벽을 잠에 달려도
남들은 좋은 운수 가끔 볼 때도
얼없이 오다 가다 멈칫 섰어도.
자애의 차부 없는 복도 빌며
덧있는 삶이라 쓴 세상이라
슬퍼도 하였지만 맘이 물이라
저절로 차츰 잊고 말았었노라.
주석
연갑(年甲) 서로 비슷한 나이, 또는 그런 또래의 사람.
얼없이 '까닭 없이, 영문도 없이'를 뜻하는 옛 표현.
차부 없는 '두서없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의 뜻으로 풀이되는 옛투.
덧있는 문맥상 '덧없는'의 변형으로, 허망하고 덧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심상·해설
흘러가는 물에 마음을 견주며, 한때 앉았다 일어서며 울던 옛사랑마저 물처럼 저절로 잊혀 간 세월의 덧없음을 담담히 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