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뻣나무 열매
1920년대

뻣나무 열매

정지용 · 1920년대
웃 입술에 그 뻣나무 열매가 다 나섰니? 그래 그 뻣나무 열매가 지운 듯 스러졌니? 그끄제 밤에 늬가 참버리처럼 닝닝거리고 간 뒤로- 불빛은 송홧가루 삐운 듯 무리를 둘러 쓰고 문풍지에 아름푸시 얼음 풀린 먼 여울이 떠는구나 바람세는 연사흘 두고 유달리도 미끄러워 한창 때 삭신이 덧나기도 쉬웁단다. 외로운 서 강화도로 떠날 임시 해서- 웃 입술에 그 뻣나무 열매가 안나서서 쓰겠니? 그래 그 뻣나무 열매를 그대로 달고 가랴니?

주석

뻣나무 열매 벚나무 열매인 버찌. 여기서는 입술에 붉게 부르터 돋은 자국을 검붉은 버찌에 빗댄 표현으로 본다.

삭신 몸의 뼈마디와 근육. '삭신이 덧나다'는 온몸 마디가 도지고 아파짐을 뜻한다.

송홧가루 소나무의 꽃가루. 불빛 둘레에 노랗게 어린 무리를 송홧가루를 뿌린 듯하다고 비유했다.

임시(臨時) 해서 ~할 무렵에, ~할 즈음 해서. 강화도로 떠날 때가 다가옴을 뜻한다.

심상·해설

송홧가루 무리 진 흐릿한 불빛 아래, 입술에 버찌처럼 부르튼 이를 안쓰러워하며 강화도로 떠나보내야 하는 겨울밤의 애틋한 정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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