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참살구
고소한 참살구씨라고
서로 아껴가며 까 먹던 것이,
나중에는 두 알밖에 안 남았을 때에
이것은 심었다가 종자(種子)를 하자고,
네 살 위 되는 누님이 나를 권했소.
살구씨를 심은 지가 몇 해나 되었는지,
해마다 진달래꽃이 진 뒤에는
그 살구나무에 하얀 꽃이 피게 된지도 오래였소.
맛있는 참살구라고
어린 동생들은 귀해 하며,
해마다 늦은 보리가 익었을 때에
그들은 종자 하자는 말도 없이,
야단을 하면서 번갈아 따먹소.
누님이 돌아가신 지 몇 해나 되었는지,
해마다 살구꽃이 진 뒤에는
그 무덤에 이름 모를 꽃이 피게 된 지도 오래였소.
주석
참살구 맛이 좋은 살구의 한 품종. 어린 시절 누님과의 추억을 매개하는 소재로 쓰였다.
종자(種子) 씨앗. 살구씨를 먹지 않고 심어 나무로 길러 두자는 뜻이다.
심상·해설
누님이 심자던 살구씨가 자라 해마다 하얀 꽃을 피우고 동생들이 번갈아 따먹는 사이, 누님은 세상을 떠나 그 무덤에도 이름 모를 꽃이 피는 세월의 흐름이 잔잔히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