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백야
나뭇가지에 눈이 나린다
길우에 눈이 쌓인다
쌓이는 눈 밑에 돌다리가 있고
나는 기침을 하면서 그쪽으로 간다
흰 개가 흰눈을 밟고 간다
눈사람이 만들고 싶은 가슴이었다
어데선지 비둘기의 꾸꾸 앓는 소리
먼지와 기름내에 멍든 나의 귀 나의 마음
가슴속엔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하 ─ 얀 시름
주석
백야(白夜) 본래는 해가 지지 않는 흰 밤을 뜻하나, 여기서는 온통 눈으로 하얗게 덮여 환한 겨울밤의 정경을 가리킨다.
심상·해설
나뭇가지와 길 위에 소복이 쌓이는 눈, 흰 개가 흰 눈을 밟고 지나가는 새하얀 풍경 속을 기침하며 걷는다. 어디선가 비둘기 앓는 소리가 들리고, 도시에 멍든 마음에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하얀 시름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