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붉은 손
1920년대

붉은 손

정지용 · 1920년대
어깨가 둥글고 머릿단이 칠칠히, 산에서 자러거니 이마가 알빛같이 희다. 검은 버선에 흰 볼을 받아 신고 산과일처럼 얼어 붉은 손, 길 눈을 헤쳐 돌 틈에 트인 물을 따내다. 한줄기 푸른 연기 올라 지붕도 햇살에 붉어 다사롭고, 처녀는 눈 속에서 다시 벽오동 중허리 파릇한 냄새가 나낟. 수집어 돌아 앉고, 철 아닌 나그네 되어. 서려오르는 김에 낯을 비추우며 돌 틈에 이상하기 하늘 같은 샘물을 기웃거리다.

주석

벽오동(碧梧桐) 줄기가 푸른빛을 띠는 오동나무. 그 줄기에서 나는 싱그러운 풀빛 냄새로 산골 처녀의 청신함을 표현했다.

알빛 달걀의 흰자위나 껍질 같은 맑고 흰 빛깔.

심상·해설

눈 쌓인 산골에서 찬물을 길어 손이 빨갛게 언 처녀의 모습과, 지붕 위로 오르는 푸른 연기와 햇살의 온기가 선명하게 그려진다.

정지용의 다른 작품

비슷한 심상의 다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