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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련곡
1930년대

채련곡

심훈 · 1930년대
(一) 이호(裏湖)로 일엽주방(一葉晝舫) 소리 없이 저어드니 연(蓮) 잎새 뱃바닥을 간지르듯 쓰다듬네 사르르 풍기는 향기(香氣)에 잠이 들듯하구나. (二) 콧노래 부르면서 연근(蓮根) 캐는 저 고랑(姑娘) 걷어 붙인 팔뚝 보소 백어(白魚) 같이 노니누나 연(蓮)밥 한톨 던졌더니 고개 갸웃 웃더라 (三) 누에가 뽕잎 썰듯 세우성(細雨聲) 잦아진듯 연(蓮)봉오리 푸시시 기지개 켜는 소릴러라 연붉은 꽃입술 담쑥 안고 입맞춘들 어떠리.

주석

채련곡(採蓮曲) 연밥이나 연뿌리를 캐는 정경을 노래한 한시·악부의 전통적 제재. 강남 수향의 풍류를 읊는다.

이호(裏湖) 호수의 안쪽, 후미진 안 호수.

일엽주방(一葉晝舫) 나뭇잎 하나처럼 작은, 낮에 타는 놀잇배. 곧 조각배.

고랑(姑娘) 중국말로 '아가씨, 처녀'를 뜻하는 말(구냥). 심훈이 중국 체류 시절의 정경을 담았다.

백어(白魚) 뱅어. 몸이 희고 가늘며 투명한 작은 물고기. 여기서는 희고 매끈한 팔뚝의 비유.

세우성(細雨聲) 가늘게 내리는 비, 가랑비 소리.

연밥 연꽃의 열매. 연실(蓮實).

심상·해설

연향 가득한 안 호수에 조각배를 띄우자 연잎이 뱃바닥을 쓰다듬고, 흰 팔뚝을 걷어붙이고 연뿌리 캐는 아가씨가 연밥에 고개 갸웃 웃는 강남 수향의 한가로운 여름 정취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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