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매화꽃 (운초)
엉성타 외가지에 달린 매화(梅花)꽃
바람비에 시달려 고개 숙였네.
땅 위에 진다 할손 고운 그 향내
해룽해룽 버들꽃 미칠 것이랴.
寒梅孤着可憐枝 滯雨顚風困委垂 한매고착가련지 체우전풍곤위수
縱令落地香猶在 勝似楊花蕩姿 종령낙지향유재 승사양화탕자
바람비 심(甚)한 닷가 매화(梅花)꽃 숙으렸네
아무리 땅에 떨려 이리저리 돌아런들
그 향내 허탕(虛蕩)한 양화(楊花) 미칠 길이 있으리.
주석
운초(雲楚) 조선 후기 성천 기생 출신 여류 시인 김운초(金雲楚, 부용芙蓉). 이 시는 그의 한시를 김억이 옮긴 것이다.
寒梅(한매) 추위 속에 피는 매화. 고고한 절개를 상징한다.
楊花(양화) 버들개지, 버들꽃. 바람에 가볍게 날리는 모습으로 가볍고 정처 없는 것에 비유된다.
해룽해룽 가볍게 하늘거리며 흔들리는 모양. '하늘하늘'에 가까운 옛말.
허탕(虛蕩) 실속 없이 들뜨고 헤픔. 버들꽃의 경박함을 이른다.
심상·해설
외로운 가지에 달린 매화가 비바람에 시달려 고개를 숙였다. 땅에 떨어져도 그 향기는 여전히 고와, 가볍게 날리기만 하는 버들꽃이 결코 따를 수 없는 매화의 지조를 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