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별
창을 열고 눕다.
창을 열어야 하늘이 들어오기에.
벗었던 안경을 다시 쓰다.
일식이 개이고 난 날 밤 별이 더욱 푸르다.
별을 잔치하는 밤
흰옷과 흰자리로 단속하다.
세상에 아내와 사랑이란
별에서 치면 지저분한 보금자리.
돌아누워 별에서 별까지
해도 없이 항해하다.
별도 포기 포기 솟았기에
그중 하나는 더 훤하지고
하나는 갓 낳은 양
여릿여릿 빛나고
하나는 발열(發熱)하여
붉고 떨고
바람엔 별도 쓸리다
회회 돌아 살아나는 촛불!
찬물에 씻기어
사금(砂金)을 흘리는 은하(銀河)!
마스트 아래로 섬들이 항시 달려 왔었고
별들은 우리 눈썹 기슭에 아스름 항구(港口)가 그립다.
대웅성좌(大熊星座)가
기웃이 도는데!
청려(淸麗)한 하늘의 비극(悲劇)에
우리는 숨소리까지 삼가다.
이유는 저 세상에 있을지도 몰라
우리는 제마다 눈감기 싫은 밤이 있다.
잠재기 노래 없이도
잠이 들다.
주석
일식(日蝕)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 여기서는 흐리거나 가려졌던 하늘이 갠 것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마스트(mast) 배의 돛을 다는 기둥, 곧 돛대.
대웅성좌(大熊星座) 큰곰자리. 북두칠성을 포함하는 별자리로, 밤하늘의 길잡이가 된다.
사금(砂金) 물가나 모래 속에 섞여 있는 금의 잔 알갱이. 은하수의 반짝임을 사금에 빗댄다.
청려(淸麗) 맑고 곱고 아름다움.
심상·해설
창을 열어 하늘을 들이고 흰옷 흰자리로 정갈히 누워, 포기 포기 솟은 별들이 저마다 갓 태어난 듯 여릿하게 또는 열을 내어 붉게 떨고, 찬물에 씻긴 은하수가 사금을 흘리는 청려한 밤하늘을 숨죽여 우러르는 맑은 고독이 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