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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쇼윈도 수점
1930년대

습작 쇼윈도 수점

이상 · 1930년대
북쪽을 향하고 남쪽으로 걷는 바람 속에 멈춰 선 부인 영원의 젊은 처녀 지구는 그녀와 서로 맞닿을 듯이 자전한다. 운명이란 것은 사람들은 일만 년 후의 어느 일 년 CALENDAR까지도 만들 수 있다. 태양이여 달이여 종이 한 장으로 된 CALENDAR여. 달밤의 기권(氣圈)은 냉장고다. 육체가 냉각한다. 혼백만이 월광만으로써 충분히 연소한다.

주석

습작(習作) 쇼윈도 수점(數點) '쇼윈도를 소재로 한 습작 몇 점'이라는 뜻. 진열창에 멈춰 선 마네킹(부인)을 두고 쓴 짧은 연작 습작.

기권(氣圈) 대기권. 지구를 둘러싼 공기층.

월광(月光) 달빛.

혼백(魂魄) 넋. 육체와 대비되는 정신·영혼.

심상·해설

진열창 안에 영원히 젊은 채 멈춰 선 마네킹을 지구가 스칠 듯 돌고, 만 년 뒤까지 적힌 종이 한 장의 달력이 펼쳐진다. 달밤의 대기는 냉장고처럼 차갑고, 식은 육체 위로 넋만이 달빛에 타오르는 서늘한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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