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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1920년대

기원

박용철 · 1920년대
우리는 구하는것없는 무리올시다 우리가 무엇을 바란다 하오리까 다만 한점 시원한것을 우리의 가슴에 주시옵소서 가르쳐 시끄러운 무리속에서 멀미에 어지럽고 산중에 고독을즐기기에 어질지못합니다 이 두사이 아닌곳에 마음갈아앉아 살곳을 주시옵소서 주여 우리를 용서하시옵소서 우리가 주책없이 웃을때에 우리를 용서하시고 우리의 눈물로보아 우리의 우름을 용서하시옵소서 속물들을 피하여 흙창속으로 들어갈때에 우리의 손을 이끌어 주시옵고 세상을 건지려는 이들의손에서 우리를 구하시옵고 다만 새로운 공기로 우리를 길러주시옵소서 우리가 취하고 멀미하고 어지러워 비척어릴때 무엇보다 우리를 사람훈기에서 구하시옵소서 벗어진 산같이 거리낄데없이 밋밋한 우리의 하로를 이로살리시옵고 우리의손이 할바를 모를때에 우리의손을 놀게하시고 우리의 마음이 당나귀같이 말을듯지 아니할때에 우리우에 멍에를 얹지 마시옵소서 가진것이 없는 우리에게서 슬퍼하는 마음을 마자 빼앗으시고 장승같이 아침을 기다리게 하시옵소서

주석

흙창 흙으로 지은 창고나 광. 세상을 피해 들어가는 누추하지만 안온한 은신처를 가리킨다.

사람 훈기(훈김) 사람들에게서 풍기는 더운 기운이나 입김. 여기서는 번잡한 인간 세상의 분위기와 그 압박을 뜻한다.

벗어진 산 나무가 없어 헐벗은 민둥산. 아무 거리낌 없이 밋밋하고 평온한 삶을 비유한다.

멍에 소나 말의 목에 얹어 수레나 쟁기를 끌게 하는 도구. 억압이나 구속, 짐을 상징한다.

심상·해설

번잡한 세상과 외로운 산중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이가, 마음 가라앉혀 살 한 자리와 평온한 하루를 달라며 장승처럼 묵묵히 아침을 기다리는 간절한 기도의 정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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