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무제
오늘 이 길을 밟기까지는
아, 그때가 가장 괴롭도다.
아직도 남은 애달픔이 있으려니
그를 생각는 오늘이 쓰리고 아프다
헛 웃음 속에 세상이 잊어지고
끌리는데 사람이 산다면
검아 나의 신령을 돌맹이로 만들어 다고
제 사리의 길은 제 찾으려는 그를 죽여 다고
참 웃음의 나라를 못 밟을 나이라면
차라리 속 모르는 죽음에 빠지련다
아 멍들고 이울어진 이 몸은 묻고
쓰린 이 아픔만 품 깊이 안고 죽으련다
주석
검 신(神)을 뜻하는 옛말. '검아'는 신을 부르는 호격으로, 절대자에게 호소하는 표현이다.
신령(神靈) 여기서는 '영혼·넋'의 뜻으로 쓰였다.
사리 '살이', 곧 살아가는 일·삶을 뜻하는 옛말.
이울어진 기본형 '이울다'. 꽃·잎이 시들고 쇠하여 가는 것을 이른다.
심상·해설
헛웃음으로 버티며 걸어온 괴로운 길 끝에서, 멍들고 시든 몸을 땅에 묻고 쓰라린 아픔만 끌어안은 채 죽음을 택하려는 어둡고 처연한 내면 풍경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