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마음의 꽃
오늘을 넘어선 가리지 말라!
슬픔이든, 기쁨이든, 무엇이든,
오는 때를 보려는 미리의 근심도…….
아, 침묵(沈黙)을 품은 사람아, 목을 열라,
우리는, 아무래도 가고는 말, 나그네일러라,
젊음의 어둔 온천(溫泉)에 입을 적셔라.
춤추어라, 오늘만의 젖가슴에서,
사람아, 앞뒤로 헤매지 말고
짓태워 버려라!
그슬려 버려라!
오늘의 생명(生命)은 오늘의 끝까지만―
아, 밤이 어두워 오도다,
사람은 헛것일러라,
때는 지나가다
울음의 먼 길 가는 모르는 사이로―
우리의 가슴 복판에 숨어 사는
열푸른 마음의 꽃아 피어 버리라,
우리는 오늘을 지리며, 먼 길 가는 나그네일러라.
―『비음(緋音)』 가운데서―
주석
미리의 근심 아직 오지 않은 앞일을 미리 걱정하는 마음. '미리'를 명사처럼 쓴 표현이다.
젊음의 어둔 온천 젊음이 지닌 정열과 관능, 그 깊고 은밀한 쾌락을 어두운 온천에 비유한 표현.
지리며 '견디다, 버티다'의 뜻을 지닌 옛말 '지리다'에서 온 것으로, 오늘을 견뎌낸다는 의미로 읽힌다.
비음(緋音) 이상화가 자신의 시편을 묶어 부른 제목. '붉은 소리'라는 뜻으로 정열과 죽음의 정서를 담는다.
심상·해설
내일의 근심을 버리고 오늘의 생명을 끝까지 불사르라는 외침. 어두워 오는 밤, 헛것 같은 인생의 무상함 속에서도 가슴에 숨은 연푸른 꽃을 피우려는 정열이 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