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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
1920년대

달아

이상화 · 1920년대
달아! 하늘 가득히 서러운 안개 속에 꿈 모닥이같이 떠도는 달아 나는 혼자 고요한 오늘밤을 들창에 기대어 처음으로 안 잊히는 그이만 생각는다. 달아! 너의 얼굴이 그이와 같네 언제 보아도 웃던 그이와 같네 착해도 보이는 달아 만져 보고 싶은 달아 잘도 자는 풀과 나무가 예사롭지 않네. 달아! 나도 나도 문틈으로 너를 보고 그이 가깝게 있는 듯이 야릇한 이 마음 안은 이대로 다른 꿈은 꾸지도 말고 단잠에 들고 싶다. 달아! 너는 나를 보네 밤마다 손짓하는 그이 눈으로― 달다 달아 즐거운 이 가슴이 아프기 전에 잠재워 다오― 내가 내가 자야겠네.

주석

모닥이 '무더기'의 옛말. 한데 수북이 쌓인 더미를 뜻한다. '꿈 모닥이'는 꿈이 뭉쳐 떠 있는 모양.

들창 벽 위쪽에 들어서 여는 작은 창문. 방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통로이다.

심상·해설

안개 낀 밤하늘에 떠도는 달을 그리운 이의 웃는 얼굴로 보며, 들창에 기대 그이를 떠올린다. 만져 보고 싶은 달을 곁에 안고 단잠에 들고 싶은 애틋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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