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극단
펄떡이는 내 신령이 몸부림치며
어제 오늘 몇 번이나 발버둥질하다
쉬지 않는 『타임』은 내 울음 뒤로
흐르도다 흐르도다 날 죽이려 흐르도다
별 빛이 달음질하는 그 사이로
나뭇가지 끝을 바람이 묻지를 때
귀뚜라미 왜 우는가 말 없는 하늘을 보고?
이렇게도 세상은 야밤에 있어라.
지난해 지난날은 그 꿈 속에서
나도 몰래 그렇게 지나왔도다
땅은 내가 디딘 땅은 몇 번 굴러
아 이런 눈물 골짝에 날 던졌도다.
나는 몰랐노라 안일(安逸)한 세상이 자족(自足)에 있음을
나는 몰랐노라 행복(幸福)된 목숨이 굴종(屈從)에 있음을
그러나 새 길을 찾고 그 길을 가다가
거리에서도 죽으려는 내 신령은 너무도 외로워라.
자족(自足) 굴종(屈從)에서 내 길을 찾기보다
남의 목숨에서 내 살이를 얽매기보다
오 차라리 죽음― 죽음이 내 길이노라
다른 나라 새 살이로 들어갈 그 죽음이!
그러나 이 길을 밟기까지는
아 그날 그때가 가장 괴롭도다
아직도 남은 애달픔이 있으려니
그를 생각는 그때가 쓰리고 아프다.
가서는 오지 못할 이 목숨으로
언제든지 헛웃음 속에만 살려거든
검아 나의 신령을 돌멩이로 만들어다오
개천 바닥에 썩고 있는 돌멩이로 만들어다오.
주석
타임 영어 'time'. 쉼 없이 흐르는 시간을 가리킨다.
살이 삶, 생활, 살아가는 일을 뜻하는 옛말. '새 살이'는 새로운 삶을 의미한다.
검아 '검'은 신(神)을 뜻하는 우리 옛말. '검아'는 신을 부르는 호격으로, 절대자에게 호소하는 어조이다.
심상·해설
쉼 없이 흐르는 시간 앞에 발버둥치는 영혼과, 별빛과 귀뚜라미 우는 야밤의 적막. 차라리 개천 바닥 돌멩이가 되고 싶다는 처절한 절망이 어둡게 깔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