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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러지
1920년대

거러지

이상화 · 1920년대
아침과 저녁에만 보이는 거지야! 이렇게도 완악하게 된 세상을 다시 더 가엾게 여겨 무엇하랴 나오너라. 하느님 아들들의 죄록(罪錄)인 거지야! 그들은 벼락맞을 제들을 가엾게 여겨 한낮에도 움 속에 숨어주는 네 맘을 모른다 나오너라.

주석

거러지 '거지'의 옛 표기·방언 형태이다.

완악(頑惡)하다 성질이 모질고 사나우며 악함.

죄록(罪錄) 죄의 목록·기록. 거지의 존재 자체가 가진 자들의 죄를 드러내는 증거임을 뜻한다.

한우님 '하느님'의 옛 표기이다.

제들 '저들·자기들'을 뜻하는 옛 표현이다.

움 땅을 파고 위를 덮어 추위를 막게 만든 움막·움집.

심상·해설

모질어진 세상에서 가진 자들의 죄를 증언하듯 아침저녁으로 나타나는 거지에게, 오히려 그들을 가엾게 여겨 움막에 몸을 숨기는 거지의 마음을 알아 달라 호소하는 역설적 연민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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