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1950년대
묘지
이른 아침 황국(黃菊)을 안고
산소를 찾은 것은
가랑잎이 빨―가니 단풍 드는 때였다.
이 길을 간 채 그만 돌아오지 않는 너
슬프다기보다는 아픈 가슴이여
흰 패목들이
서러운 악보(樂譜)처럼 널려 있고
이따금 빈 우차(牛車)가 덜덜대며 지나는 호젓한 곳
황혼이 무서운 어두움을 뿌리면
내 안에 피어오르는
산모퉁이 한 개 무덤
비애(悲哀)가 꽃잎[瓣]처럼 휘날린다.
주석
황국(黃菊) 노란 국화. 가을꽃으로, 흔히 죽은 이를 추모하는 데 쓰인다.
패목(牌木) 무덤 앞에 세우는 나무 푯말. 여기서는 흰 팻말들이 묘지에 늘어선 모습을 그린다.
우차(牛車) 소가 끄는 수레, 소달구지.
심상·해설
단풍 든 이른 아침, 노란 국화를 안고 찾은 묘지에 흰 팻말들이 악보처럼 늘어서 있다. 황혼이 어둠을 뿌리면 마음속에 떠오르는 한 개의 무덤 위로 슬픔이 꽃잎처럼 흩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