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본능의 노래
밤새도록, 하늘의 꽃밭이 세상으로 옵시사 비는 입에서나,
날삯에 팔려, 과년해진 몸을 모시는 흙마루에서나
앓는 이의 조으는 숨결에서나, 다시는,
모든 것을 시들프게 아는, 늙은 마음 위에서나,
어디서, 언제일는지,
사람의 가슴에, 뛰놀던 가락이, 너무나 고달파지면,
「목숨은 가엾은, 부림꾼이라」 곱게도 살찌게, 쓰다듬어 주려
입으론 하품이 흐르더니─ 이는 신령의 풍류이어라
몸에선 기지개가 켜이더니─ 이는 신령의 춤이어라.
이 풍류의 소리가, 네 입에서, 사라지기 전,
이 춤의 발자국이 네 몸에서, 떠나기 전,
(그때는, 가려운 옴자리를 긁음보다도,
밤마다, 꿈만 꾸던 두 입술이, 비로소 맞붙는 그때일러라)
그때의 네 눈엔, 간악한 것이 없고
죄로운 생각은, 네 맘을 밟지 못하도다,
아, 만 입을 내가, 가진 듯, 거룩한 이 동안을, 나는 기리노라,
때마다, 흘겨 보고, 꿈에도 싸우던 넋과 몸이, 어울어지는 때다,
나는, 무덤 속에 갔어도, 이같이 거룩한 때에, 살고프려노라.
―구고(舊稿)―
주석
과년(過年)해진 혼인할 시기를 넘긴. '과년한 처녀'처럼 결혼 적령기를 지난 상태를 이른다.
부림꾼 남에게 부림을 당하는 일꾼. 목숨을 고달프게 부려지는 일꾼에 빗댄 표현이다.
옴자리 옴(피부병)이 생긴 자리. 가려워 긁고 싶은 곳을 뜻한다.
풍류(風流) 멋스러운 음악과 흥취. 여기서는 하품·기지개 같은 본능을 신령의 풍류·춤으로 격상시켰다.
구고(舊稿) 예전에 써 둔 원고라는 뜻의 한자어 부기.
심상·해설
고달픈 삶의 자리마다 새어 나오는 하품과 기지개를, 시인은 넋과 몸이 비로소 어우러지는 신령의 풍류이자 춤으로 떠받든다. 본능이 거룩해지는 그 순간을 무덤 속에서라도 살고 싶다고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