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병든 마음
궂은 빗발이
슬픈 목소리로
함석 차양을 노크하는 늦가을 밤 ─
내 가슴의 덧문을
사정없이 두드리는 그 소리,
병든 마음의 한복판에
바늘을 박는다
무덤처럼 고요한 방안에
송장처럼 반듯이 누워
운명의 쇠 힘줄을 짓씹을 때
슬피 우는 그 소리가
내 마음을 조상하도다
주석
차양(遮陽) 햇빛이나 비를 막으려고 처마 끝에 덧대어 낸 지붕. 함석 차양은 빗방울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린다.
조상(弔喪)하도다 남의 죽음을 슬퍼하여 조문(弔問)함. 빗소리가 마치 병든 자기 마음에 조문을 오는 듯하다는 뜻이다.
심상·해설
늦가을 밤, 함석 차양을 두드리는 궂은 빗소리가 병든 마음 한복판에 바늘을 박듯 파고든다. 무덤처럼 고요한 방에 송장처럼 누워 운명을 곱씹는 이에게 빗소리는 마치 산 채로 자신을 조문하는 곡소리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