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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1930년대

와일드

박용철 · 1930년대
가만히 걸어라 눈 덮인아래 저는 가즉이 있다 가만히 말하라 추국이 자람도 소리되어 들린다 빛나든 저의 금빛머리털은 녹슬어 검었을라 젊고 아름답든 새악시는 흙이되어 누어있다 힌나리같고 눈같이히어 제가 여자인것을 저는 잘 모르더니라 그렇게 고읍게 자라나서 널판장과 무거운돌이 제 가슴우에 얹혀있다 나는 혼자 마음괴롭힌다 저는 고요히 쉬이는데 조용하라— 거문고나 노래나 제게는 안들린다 나의 삶이 모도여기 묻혔으니 이우에 흙을 덮으라

주석

와일드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 아일랜드의 작가. 이 시는 어려서 죽은 누이를 애도한 'Requiescat(고이 잠드소서)'를 옮긴 것이다.

데이지 원문의 '추국(雛菊)'. 데이지꽃을 뜻한다. 무덤 위에 피어 자라는 소박한 꽃이다.

백합 원문의 '흰 나리'. 순결과 죽은 이의 깨끗함을 상징한다.

심상·해설

눈 아래 고이 잠든 어린 누이의 무덤가, 발소리도 말소리도 죽이고 데이지 자라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깊은 애도의 정경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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