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와일드
가만히 걸어라 눈 덮인아래
저는 가즉이 있다
가만히 말하라 추국이 자람도
소리되어 들린다
빛나든 저의 금빛머리털은
녹슬어 검었을라
젊고 아름답든 새악시는
흙이되어 누어있다
힌나리같고 눈같이히어
제가 여자인것을
저는 잘 모르더니라
그렇게 고읍게 자라나서
널판장과 무거운돌이
제 가슴우에 얹혀있다
나는 혼자 마음괴롭힌다
저는 고요히 쉬이는데
조용하라— 거문고나 노래나
제게는 안들린다
나의 삶이 모도여기 묻혔으니
이우에 흙을 덮으라
주석
와일드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 아일랜드의 작가. 이 시는 어려서 죽은 누이를 애도한 'Requiescat(고이 잠드소서)'를 옮긴 것이다.
데이지 원문의 '추국(雛菊)'. 데이지꽃을 뜻한다. 무덤 위에 피어 자라는 소박한 꽃이다.
백합 원문의 '흰 나리'. 순결과 죽은 이의 깨끗함을 상징한다.
심상·해설
눈 아래 고이 잠든 어린 누이의 무덤가, 발소리도 말소리도 죽이고 데이지 자라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깊은 애도의 정경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