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허무
허무(虛無)
꿈에나 내세상(世上)을 차저볼가?
자리에 누엇더니
가련한이몸을 떼집만녁여
밋헤서는 벼륵이 쥐여뜻고
우에는 모긔가 나려쏜다
그나마 남은피가 마자말나
이몸이죽어 비트러 즌다면
그때는 가마귀도뜻고 개미도파고
뼈는썩어 흙이되고
그러고 나는 흔적도없서지고-
주석
떼집만녁여 '제집만 여겨'의 옛 표기. 벌레들이 화자의 몸을 제 집으로만 안다는 뜻.
심상·해설
꿈에서나마 제 세상을 찾으려 누운 가난한 몸을 벼룩과 모기가 파먹고, 끝내 죽어 까마귀와 개미에게 뜯겨 흙으로 돌아가 흔적조차 사라지는 허무의 환영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