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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 교도의 찬송가
1920년대

허무 교도의 찬송가

이상화 · 1920년대
오를지어다, 잇다는 너의들의 천국(天國)으로- 내려보내라, 잇다는 너의들의 지옥(地獄)으로- 나는 한우님과 운명(運命)에게 사로잡힌 세상을 ᄯᅥ난, 네들의 보지 못할 머-ㄴ길 가는 나그네일다! 죽음을 가진 뭇ᄯᅦ여! 나를 ᄯᅡ르라! 너의들의 청춘(靑春)도 세 송장의 눈알처럼 쉬, ᄭᅥ지리라. 아! 모든 신명(神明)이여. 사기사(詐欺師)들이여, 자추를 감초라, 허무(虛無)를 ᄭᅢ다른, 그ᄯᅢ의 칼날이 네게로 가리라. 나는 만상(萬象)을 가리운 가장(假粧) 넘어를 보앗다, 다시 나는, 이 세상의 비부(秘符)를, 혼자 보앗다, 그는 이 ᄯᅡ를 만들고, 인생(人生)을 처음으로 만든 미지(未知)의 요정(妖精)이, 저의게 반역(叛逆)할ᄭᅡ 하는 어리석은 ᄯᅳᆺ으로 『모든 것이 헛것이다』 적어둔 그 비부(秘符)를, 인생(人生)이 찻지 못할 영혼(靈魂)의 ᄲᅧ속에 감추엇슴을 내가 보앗다. 아! 세상에 잇는 무리여! 나를 미드라, 나를 ᄯᅡ르지 안커든, 속 썩은 너의들의 사랑을 가저가거라, 나는 이 세상에서 비러입는 『숨키는 옷』을 벗고, 내 집 가는 어렴풋한 직선(直線)의 우를 이제야 가렴이다. 사람아! 목숨과 행복(幸福)이 모르는 세 나라에만 잇도다, 세상은 죄악(罪惡)을 늬우치는 마당이니 게서 어든 모-든 것은 목숨과 함께 던저 바리라, 그ᄯᅢ야, 우리를 기대리든 우리 목숨이 참으로 오리라. ―「비음(緋音)」 가운데서―

주석

허무 교도(虛無敎徒) 모든 것이 헛되다고 믿는 허무주의를 하나의 종교처럼 신봉하는 사람. 제목 '허무 교도의 찬송가'는 그 허무주의를 찬미하는 역설적인 노래라는 뜻이다.

신명(神明) 하늘과 땅의 모든 신령. 여기서는 인간을 운명에 묶어두는 신들을 가리키며, 이를 '사기사(사기꾼)'와 나란히 놓아 부정한다.

비부(秘符) 비밀스러운 부적·표적. 세상과 인생을 만든 미지의 존재가 '모든 것이 헛것이다'라고 적어 영혼 깊숙이 감춰 둔 우주의 비밀을 가리킨다.

가장(假粧) 거짓으로 꾸밈, 곧 위장·가식. '만상을 가린 가장'은 온갖 사물을 덮어 가린 허울·거짓 외양을 뜻한다.

모르는 세 나라 여기서 '세'는 '세상'이 아니라 '있다(존재한다)'를 부정하는 맥락으로, '목숨과 행복이 없는(모르는) 저세상·허무의 나라'를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음(緋音) 이상화의 연작 시 묶음 이름. '비(緋)'는 붉은 빛을 뜻해, 핏빛처럼 강렬하고 어두운 정조를 담고 있다.

심상·해설

천국도 지옥도 등지고 운명에 사로잡힌 세상을 떠나는 허무의 나그네가, 모든 것이 헛것이라 적힌 우주의 비밀을 홀로 꿰뚫어 본다. 신과 신앙을 사기로 단죄하며 죽음 너머에서 참된 목숨이 오리라 노래하는, 서늘하고 비장한 허무주의가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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