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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사 Artemis
1930년대

헌사 Artemis

오장환 · 1930년대
마귀야 땅에 끌리는 네 검은 옷자락으로 나를 데려가거라 늙어지는 밤이 더욱 다가들어 철책 안 짐승이 운다. 나의 슬픈 노래는 누굴 위하여 불러왔느냐 하염없는 눈물은 누굴 위하여 흘려왔느냐 오늘도 말탄 근위병의 발굽소리는 성 밖으로 달려갔다. 나도 어디쯤 죄그만 카페 안에서 자랑과 유전이 든 지갑 마구리를 헤치고 만나는 청년마다 입을 맞추리 충충한 구름다리 썩은 은기둥에 기대어 서서 기이한 손님아 기다리느냐 붉은집 벽돌담으로 달이 떠온다. 저 멀리에서 또 이 기차이서도 나의 오장에서도 개울물이 흐르는 소리 스틱스의 지류인가 야기에 번적거리어 이 밤도 또한 이 밤도 슬픈 노래는 이슬비와 눈물에 적시었노니 청춘이여! 지거라 자랑이여! 가거라 쓸쓸한 너의 고향에……

주석

아르테미스(Artemis) 그리스 신화에서 달과 사냥, 처녀성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이 시의 부제로 쓰여 차고 쓸쓸한 달밤의 정조를 환기한다.

근위병(近衛兵) 왕이나 궁궐을 가까이서 호위하는 병사.

오장(五腸) 오장(五臟)을 가리키는 표기로, 간·심장·비장·폐·콩팥 등 몸속 내장을 통틀어 이른다.

스틱스(Styx) 그리스 신화에서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강으로, 죽음과 단절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야기(夜氣) 밤의 차고 눅눅한 기운을 뜻한다.

심상·해설

달 뜬 깊은 밤, 철책 안 짐승이 울고 마귀의 검은 옷자락에 실려 가고 싶은 퇴폐와 죽음의 충동이 스틱스 강물 소리처럼 흐르는 음울하고 신비로운 정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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