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내과
1930년대

내과

이상 · 1930년대
――자가용 복음―― ――혹은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이얀 천사 이 수염 난 천사는 큐핏의 조부님이다. 수염이 전연(?) 나지 아니하는 천사와 곧잘 결혼하고는 한다. 나의 늑골은 2다스. 하나하나에 노크를 하여 본다. 그 속에서는 해면(海綿)에 젖은 더운물이 끓고 있다. 하이얀 천사의 펜네임은 성 피―타―라고. 고무의 전선 똑똑똑똑 버글버글 열쇠 구멍으로 도청. (발신) 유다야인의 임금님 주무시나요? (반신) 찌―따 찌―따 따 찌― 찌―(1) 찌―따 찌―따 따 찌― 찌―(2) 찌―따 찌―따 따 찌― 찌―(3) 흰 뺑끼칠 된 십자가에서 내가 쑥쑥 키가 커진다. 성 피―타― 군이 나에게 세 번이나 알지 못한다고 그런다 그 순간 닭이 활개를 친다...... 어엌 크 더운물을 엎질러서야 큰일 날 노릇――

주석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뜻의 아람어. 십자가 위 예수의 마지막 외침(마태복음 27:46).

자가용 복음 '자기 혼자만의 복음'이라는 뜻. 시인 자신의 고통을 예수 수난에 빗댄 사적인 수난기.

큐핏 로마 신화의 사랑의 신 큐피드(에로스).

성 피―타―(성 베드로) 예수의 제자 베드로. 닭이 울기 전 예수를 세 번 모른다고 부인한 인물(마태복음 26:69-75). 시 속 '세 번 모른다'와 '닭이 홰를 친다'가 이를 가리킨다.

유다야인(유대인) 유대인. '유대인의 임금'은 십자가에 붙은 예수의 죄패 문구이기도 하다.

해면(海綿) 스펀지. 폐 속이 젖은 스펀지처럼 더운물로 끓는다는 결핵 환자의 이미지.

2다스 한 다스는 12개. 두 다스는 24개로, 사람의 갈비뼈 수에 빗댄 표현.

심상·해설

갈비뼈 속이 젖은 스펀지처럼 끓는 폐병의 몸을, 베드로의 세 번 부인과 새벽닭 울음이 어른거리는 십자가에 겹쳐 놓는다. 자신의 병과 고통을 예수 수난으로 옮긴 차고 신성한 환상이 떠오른다.

이상의 다른 작품

비슷한 심상의 다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