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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1920년대

입

김억 · 1920년대
온갖의 화병(禍病)은 입으로 들어가고, 온갖의 화복(禍福)은 입에서 생겨라, 그러하다, 나의 이 입으로 읊어진 노래는 세기(世紀) 끝에 생기는 Malady(멜라디)의 쓰린 신음, 사랑의 사체(死軆)를 파묻는 야릇한 숨소리러라.

주석

화병(禍病) 재앙과 질병.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병의 근원이 됨을 이른다.

화복(禍福) 재앙과 복. 입에서 나오는 말이 화와 복을 부른다는 뜻.

Malady(멜라디) 영어 malady, 곧 병·고질. 김억이 원문에 영어를 그대로 노출해 세기말의 병적 분위기를 드러냈다.

사체(死軆) 주검, 시체. 軆는 體(몸 체)의 옛 글자.

세기 끝 세기말(世紀末). 19세기 말 유럽의 퇴폐적·병적 미의식을 가리키는 데카당스의 분위기.

심상·해설

화와 복이 드나드는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세기말의 쓰린 신음이자 죽은 사랑을 파묻는 숨소리로 그린, 어둡고 병적인 자기 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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