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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1930년대

향수

오장환 · 1930년대
어머니는 무슨 필요가 있기에 나를 맨든 것이냐! 나는 이항에 살고 어메는 고향에 있어 얕은 키를 더욱더 꼬부려가며 무수한 세월들을 흰머리칼처럼 날려보내며, 오 어메는 무슨, 죽을 때까지 윤락된 자식의 공명을 기두르는 것이냐. 충충한 세관의 창고를 기어달으며, 오늘도 나는 부두를 찾어나와 쑤왈쑤왈 지껄이는 이국 소년의 회화를 들으며, 한나절 나는 향수에 부다끼었다. 어메야! 온 세상 그 많은 물건 중에서 단지 하나밖에 없는 나의 어메! 지금의 내가 있는 곳은 광동인이 싣고 다니는 충충한 밀항선. 검고 비린 바다 우에 휘이한 각등이 비치울 때면, 나는 함부로 술과 싸움과 도박을 하다가 어메가 그리워 어둑어둑한 부두로 나오기도 하였다. 어매여! 아는가 어두운 밤에 부두를 헤매이는 사람을, 암말도 않고 고향, 고향을 그리우는 사람들. 마음속에는 모다 깊은 상처를 숨겨가지고 ...... 띠엄, 띄엄이, 헤어져 있는 사람들. 암말도 않고 검은 그림자만 거니는 사람아! 서 있는 사람아! 늬가 예 땅을 그리워하는 것도, 내가 어메를 못 잊는 것도, 다 마찬가지 제 몸이 외로우니까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 어메야! 오륙년이 넘두락 일자소식이없는 이 불효한 자식의 편지를, 너는 무슨 손꼽아 기두르는 것이냐. 나는 틈틈이 생각해본다. 너의 눈물을 ...... 오 어메는 무엇이었느냐! 너의 눈물은 몇 차례나 나의 불평과 결심을 죽여버렸고, 우는 듯, 웃는 듯, 나타나는 너의 환상에 나는 지금까지도 설운 마음을 끊이지는 못하여왔다. 편지라는 서로이 서러움을 하소하는 풍습이려니, 어메는 행방도 모르는 자식의 안재를 믿음이 좋다.

주석

이항(異港) 고향이 아닌 낯선 항구를 뜻한다.

윤락(淪落) 타락하여 몸을 망치고 빠져듦을 이르는 말.

공명(功名) 공을 세워 이름을 떨침, 곧 출세를 뜻한다.

광동인(廣東人) 중국 남부 광둥 지방 사람을 이르는 말.

각등(角燈) 손으로 들고 다니는 네모진 등불.

안재(安在) 탈 없이 잘 있음, 무사히 살아 있음을 뜻한다.

심상·해설

낯선 항구의 밀항선에서 술과 도박에 찌든 채, 고향에서 흰 머리로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를 그리며 어두운 부두를 헤매는 떠돌이의 사무친 향수가 절절히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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