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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야곡
1940-1950년대

자야곡

이육사 · 1940-1950년대
수만 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쟎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러라. 슬픔도 자랑도 집어삼키는 검은 꿈 파이프엔 조용히 타오르는 꽃불도 향기론데 연기는 돛대처럼 날려 항구에 들고 옛날의 들창마다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저려 바람 불고 눈보라 치쟎으면 못 살리라 매운 술을 마셔 돌아가는 그림자 발자취 소리 숨막힐 마음속에 어데 강물이 흐르뇨 달은 강을 따르고 나는 차디찬 강 맘에 들리라 수만 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쟎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리라.

주석

자야곡(子夜曲) 본디 중국 악부(樂府)의 노래로, 한밤중(子夜)에 부르는 애절한 곡조. 깊은 밤 고향을 그리는 비가(悲歌)의 성격을 띤다.

수만 호(數萬戶) 수만 채의 집. 본래 불빛 가득한 번화한 고향이어야 함을 강조하여, 황폐해진 현실과 대비한다.

들창(窓) 벽 위쪽에 위로 들어 올려 여는 작은 창. 옛 고향 집의 정겨운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짜운 '짠'의 옛 표현. 눈물이 절어 든 짠 소금기를 가리킨다.

심상·해설

수만 호 불빛이 환해야 할 고향이 노랑나비도 없는 이끼 낀 무덤이 되고, 파이프 불꽃과 항구의 연기, 매운 술과 차디찬 강물 속에 잠긴 깊은 밤의 비통한 향수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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