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우기
장판방엔 곰팡이가 목화(木花)송이 피듯 피어났고 이 방 주인(主人)은 막벌이꾼. 지게목발이도 훈김이 서리어 올랐다. 방바닥도 눅진눅진하고 배창자도 눅진눅진하여 공복(空腹)은 헝겊 오래기처럼 뀌어져 나오고 와그르르 와그르르 숭얼거리어 뒷간 문턱을 드나들다 고의를 적셨다.
주석
우기(雨期) 비가 많이 내리는 철, 곧 장마철.
막벌이꾼 일정한 직업 없이 닥치는 대로 막일을 하여 먹고사는 사람.
지게목발 지게를 버티고 세울 때 쓰는, 지게 다리 부분의 받침 막대.
헝겊 오래기 '헝겊 오라기', 곧 가늘고 길게 찢어진 헝겊 조각.
고의(袴衣) 남자가 입던 홑바지, 곧 속바지.
심상·해설
장마철 곰팡이가 목화처럼 피어난 눅눅한 셋방, 빈속을 곯은 막벌이꾼이 끓는 뱃속을 부여잡고 뒷간을 들락이다 속바지마저 적시는, 가난한 밑바닥 삶의 비참함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