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1950년대
곡 백범선생
살 깎고 피 뿌린 40년
돌아온 보람
금도 보석도 아닌
단 한 알의 탄환
꿈에도 못 잊는
조국통일의 산 생리를 파헤치는
눈도 귀도 없는 몽매한 물리여!
동으로 동으로 목말라 찾던 어머니인 땅이
인제야 바치는 성찬은 이뿐이던가
저주받을 세 옳은 민족이로다
스스로 제 위대한 혈육에
아로새기는 박해가 어찌 이처럼 숙련하냐
위태로운 때
큰 기둥 뒤따라 꺾여짐
민족의 내일에
비바람 설레는 우짖음 자꾸만
귀에 자욱하구나
눈물을 아껴둬 무엇하랴
젊은 가슴마다 기념탑 또 하나 무너지는 소리
옳은 꿈 사랑하는 이 어디든 멈춰서
가슴 쏟아 여기 통곡하자
눈물 속 어리는
끝없는 조국의 어여쁜 얼굴
저마다 쳐다보며
거꾸러지며
그를 넘어 또다시 일어나 가리
주석
백범(白凡) 독립운동가 김구(金九, 1876~1949)의 호. 1949년 6월 26일 안두희가 쏜 총탄에 암살됨.
곡(哭)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여 우는 일. 제목 '곡 백범선생'은 백범의 죽음을 애도하는 만가(輓歌)의 형식.
단 한 알의 탄환 백범을 죽인 흉탄을 가리킴. 사십 년 독립운동의 대가가 결국 한 발의 총탄이었다는 비통함을 담음.
물리(物理) 여기서는 '눈도 귀도 없는 몽매한' 총탄, 곧 무정한 물질·흉기를 뜻함.
심상·해설
사십 년 독립운동의 대가가 한 발의 흉탄으로 끝난 비통함 속에, 젊은 가슴마다 기념탑이 무너지고 비바람 같은 울부짖음이 가득한 통곡의 장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