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어포
1930년대

어포

오장환 · 1930년대
어포의 등대는 귀류(鬼類)의 불처럼 음습하였다. 어두운 밤이면 안개는 비처럼 나렸다. 불빛은 오히려 무서웁게 검은 등대를 튀겨놓는다. 구름에 지워지는 하현달도 한참 자옥한 안개에는 등대처럼 보였다. 돛폭이 충충한 박쥐의 나래처럼 펼쳐 있는 때, 돛폭이 어스름한 해적의 배처럼 어른거릴 때, 뜸 안에서는 고기를 많이 잡은 이나 적게 잡은 이나 함부로 투전을 뽑았다.

주석

어포(漁浦) 고기잡이를 하는 어촌의 포구.

귀류(鬼類)의 불 귀신 따위가 내는 불, 곧 도깨비불. 음산한 등댓불을 비유함.

하현달 음력 22~23일경 한밤에 떠 새벽까지 보이는, 왼쪽 반이 둥근 달.

돛폭 돛으로 쓰는 천의 폭. 곧 펼쳐진 돛.

뜸 비바람을 막으려고 띠·부들 따위를 엮어 배나 집에 두르는 거적. 여기서는 그 가림막 안의 선창 공간.

투전(鬪牋) 두꺼운 종이를 손가락 너비로 잘라 끗수를 매겨 끗수 겨루기로 돈을 걸던 노름.

심상·해설

안개가 비처럼 내리는 캄캄한 어촌 포구, 도깨비불처럼 음산한 등댓불과 해적선처럼 어른대는 돛 그림자 아래, 뜸막 안에서 어부들이 잡은 고기에 상관없이 투전판에 빠져드는 음울하고 스산한 밤이 그려진다.

오장환의 다른 작품

비슷한 심상의 다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