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암야
어둠이 망난이처럼
온누리를 집어삼켰도다!
바늘 한개만 떨궈도
벼락처럼 귀청을 흔들 정적속에
두쌍의 눈알은 올빼미 같다!
날어드는 개똥불도
등불처럼 우리를 놀려주도다!
바삭대는 나무잎마저
소낙비처럼 우리를 조롱하도다!
어둠과 악수한 밤의 망령들이
히히히! 코우슴치며 내닫는도다!
소리도 모습도 없는것을
듣고 보는 귀와 눈 ─
귀는 바람먹은 문풍지로다!
눈은 주린 고양이의 눈알이로다!
오!
눈이 보는 것,
귀가 듣는 소리,
─ 아무것도 없는 것을 듣고 보는것은
어머니에게 도깨비이야기를 듣고자란 탓인가?
나의 파(.)로(.) - 마(.), 너는 알리라!
주석
암야(暗夜) 어두운 밤.
망난이 '망나니'. 사형 집행인, 또는 막된 짓을 하는 사람.
개똥불 '반딧불'의 방언. 반딧불이가 내는 빛.
코우슴 '코웃음'. 비웃음.
파로마 '파노라마(panorama)'.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뜻한다. 원문에 글자마다 강조점(.)이 찍혀 있다.
심상·해설
온누리를 집어삼킨 칠흑 어둠 속, 바늘 떨어지는 소리에도 벼락 치는 정적, 반딧불과 나뭇잎 소리마저 조롱처럼 들리고 보이지 않는 망령이 코웃음치며 내닫는 환각의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