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시계
어둠은 바다속처럼 깊은데
책상머리의 사발시계가
제풀에 지쳐 헛소리를 외운다
폭 폭 뾰 ─ 죽한 바늘이다
쩡 쩡 싸 ─ 늘한 얼음쪽이다
톡 톡 가슴을 파먹는 따짜구리다
칭 칭 목에 감기는 배암 배암 배암……
주석
사발시계 사발 모양의 둥근 탁상시계. 옛날에 흔히 쓰던 자명종 시계.
따짜구리 '딱따구리'의 방언. 나무를 쪼는 새.
배암 '뱀'의 옛말이자 방언.
심상·해설
바닷속처럼 깊은 어둠 속, 책상머리 사발시계의 똑딱 소리가 뾰족한 바늘로, 얼음쪽으로, 가슴 파먹는 딱따구리로, 목 감는 뱀으로 변주되며 불면의 신경을 후벼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