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밤의 노래
이리저리 하여
낮을랑 지내왔건만
올 이도 갈 이도 없는
밤을랑 또 어찌하리오 ── 靑山別曲에서
서리 찬 달밤
대숲에 푸른 바람 일고
별이 수 없이 지면
주린 범처럼 마아야는
자취 없이 일어나느뇨
아으 어린 짐승들의 울음에
머언 골을 되돌아오는 메아리여
눈감아도 감아도 더욱 가까워
내 이 한 밤 잠들지 못하노라
주석
청산별곡(靑山別曲) 고려가요. 여기 인용된 구절('낮을랑 지내왔건만 / 올 이도 갈 이도 없는 / 밤을랑 또 어찌하리오')은 살아갈 곳 없는 떠돌이의 막막함을 노래한 대목으로, 윤곤강이 옛 노래의 정조를 빌려와 시의 제사(題詞)로 삼았다.
마아야(마야) 불교에서 '환(幻)·헛것'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마야(māyā)로 풀이된다. 밤에 자취 없이 일어나는 허깨비 같은 환영(幻影)을 가리킨다.
심상·해설
서리 내린 달밤, 대숲에 푸른 바람이 일고 별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운데 굶주린 범 같은 환영이 소리 없이 깨어난다. 멀리서 되돌아오는 짐승 울음의 메아리가 잠 못 드는 이의 귓가에 자꾸만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