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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역
1920년대

홍역

정지용 · 1920년대
석탄(石炭) 속에서 피여 나오는 태고연(太古然)히 아름다운 불을 둘러 십이월(十二月)밤이 고요히 물러 앉다. 유리(琉璃)도 빛나지 않고 창장(窓帳)도 깊이 나리운 대로- 문(門)에 열쇠가 끼인 대로- 눈보라는 꿀벌떼 처럼 닝닝거리고 설레는데, 어느 마을에서는 홍역(紅疫)이 척촉(躑躅)처럼 난만(爛漫)하다.

주석

태고연(太古然)히 아득한 옛날 그대로인 듯이. '태고(太古)'에 '~然(연)'이 붙어 '~한 모양으로'의 뜻.

창장(窓帳) 창문에 치는 휘장, 곧 커튼.

척촉(躑躅) 철쭉꽃의 한자말.

난만(爛漫)하다 꽃이 흐드러지게 활짝 피어 화려하다.

심상·해설

문을 잠그고 휘장을 내린 십이월 밤, 난로의 석탄 불만 발갛게 타오르고 창밖엔 눈보라가 잉잉대는데 먼 마을엔 붉은 홍역이 철쭉처럼 번진 차고 불안한 겨울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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