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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제
1930년대

성탄제

오장환 · 1930년대
산밑까지 나려온 어두운 숲에 몰이꾼의 날카로운 소리는 들려오고 쫓기는 사슴이 눈 우에 흘린 따뜻한 핏방울. 골짜기와 비탈을 따러 나리며 넓은 언덕에 밤 이슥히 횃불은 꺼지지 않는다. 뭇짐승들의 등뒤를 쫓어 며칠씩 산속에 잠자는 포수와 사냥개, 나어린 사슴은 보았다 오늘도 몰이꾼이 메고 오는 표범과 늑대. 어미의 상처를 입에 대고 핥으며 어린 사슴이 생각하는 것 그는 어두운 골짝에 밤에도 잠들 줄 모르며 솟는 샘과 깊은 골을 넘어 눈 속에 하얀 꽃 피는 약초. 아슬한 참으로 아슬한 곳에서 쇠북소리 울린다. 죽은 이로 하여금 죽는 이를 묻게 하라. 길이 돌아가는 가슴의 두 뺨에는 맑은 이슬이 나리고 눈 우엔 아직도 따뜻한 핏방울 ......

주석

성탄제(聖誕祭)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성탄절. 시에서는 희생과 구원의 종교적 분위기를 환기하는 제목으로 쓰임.

쇠북소리 쇠북, 곧 종(鐘)이 울리는 소리. 여기서는 성탄을 알리는 교회의 종소리를 연상시킴.

죽은 이로 하여금 죽는 이를 묻게 하라 신약성서 마태복음 8장 '죽은 자들로 그들의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라'를 변용한 구절. 희생과 생사를 둘러싼 종교적 함의를 담음.

심상·해설

눈 덮인 캄캄한 산속, 쫓기는 사슴이 흘린 핏방울이 흰 눈 위에 따뜻하게 번지고, 멀리 성탄의 종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어린 사슴이 어미 곁에서 생명의 샘과 하얀 약초꽃을 떠올리는 장면이 선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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