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나는 그를 불사르노라
나는 그만 그이를 불사르노라.
나의 애끼고 사랑하는 모든것을 가지신 그이를.
한줌 재나 남을까! 불에 사라 올리노라.
검고 사나운 따이 그에게 알맞지 않아
하얀 연기를 다만 멀리 높이 사라올리려.
하날조차 파랗지못하고 히부옇게 흐리여,
검고 붉고 누른 골작이 주름에
한줄기 생기있는 시냇물도 흐르지않고,
벍어벗은 가지에 숨어있든 바람만이
가만 오르는 힌연기를 가만있지못하게 나부껴 주느니.
三千光年보다 더머언 곳으로 그를 잃어버리고
鍊金學者도 아닌나는 잿속에서 무슨금을 찾을거냐?
중한 보배구슬을 손소산산 깨트리는
세상없는 귀한향을 진흙에 파묻어버리는 심사는.
쓰나쓴 쓰래를 씹는대로 삼켜가며
험상한 바위에 몸을 퍼더버리고 앉어있노니.
주석
삼천 광년(三千光年) 빛이 삼천 년 동안 가는 거리. 헤아릴 수 없이 아득히 먼 곳을 과장하여 이르는 표현이다.
연금학자(鍊金學者) 값싼 금속을 금으로 바꾸려 한 연금술사. 여기서는 '재 속에서 금을 찾는' 헛된 일을 할 수 없는 자신을 가리킨다.
쓰래 '씀바귀' 또는 쓴 나물을 가리키는 말로 보인다. 쓰디쓴 슬픔을 삼킨다는 비유로 쓰였다.
퍼더버리고 팔다리를 아무렇게나 편하게 뻗고 주저앉은 모양을 나타내는 말.
심상·해설
가장 아끼던 이를 불에 살라 흰 연기로 멀리 떠나보내고, 잿더미 앞 험한 바위에 몸을 던지듯 주저앉아 쓰디쓴 슬픔을 삼키는 화장(火葬)의 비통한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