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메어
장미는 아름다워라 • 그내음 그빛갈,
대우에 높은 나리꽃도;
그러나 더드믈고 귀한 봉우리,
저는 그와 다름없어라.
사월이 가저온 조그만 새달은
빛왼다니 어여쁘게 그늘짓나니;
넘어가면 외로운 산에 은을 흩어라 •
밤의 첫 가장자리에서.
가난한 나의 맘세상 가까히
저는 숨어와 또렷이 자최없이;
이제 저 가버리니, 오 어둡고 어두어라,
외로움이여— 두려움이여.
주석
메어 영국 시인 월터 드 라 메어(Walter de la Mare, 1873~1956). 이 작품은 그의 시를 박용철이 번역한 것이다.
나리꽃 백합(나리)을 가리키는 옛말.
새달 초승달. 갓 떠오른 가느다란 달.
심상·해설
봄밤 외로운 산등성이로 초승달이 은빛을 흩뿌리며 넘어가고, 장미와 백합보다 귀한 한 사람의 모습이 사라진 뒤 밀려드는 어둠과 두려움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