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하염없는 바람의 노래
나는 세상에
즐거움 모르는
바람 이로라
너울거리는
나비와 꽃잎사이로
속살거리는
입술과 입술사이로
거저불어지나는
마음없는 바람이로라
나는 세상에
즐거움 모르는
바람 이로라
땅에 엎드린 사람
등에 땀을 흘리는동안
쇠를 다지는 마치의
올랐다 내려지는동안
흘깃 스쳐지나는
하염없는 바람이로라
나는 세상에
즐거움 모르는
바람 이로라
누른 이삭은
고개숙이여 가지런하고
빨간 사과는
산기슭을 단장한곳에
한숨같이 옮겨가는
얻음없는 바람이로라
나는 세상에
즐거움 모르는
바람 이로라
잎벗은 가지는
소리없이 떨어울고
검은 까마귀
넘는해를 마저 지우는제
자취없이 걸어가는
느낌없는 바람이로라
아─ 세상에
마음 끌리는곳 없어
홀로 일어나다
스스로 사라지는
즐거움 없는
바람 이로다
주석
마치 쇠를 두드려 다지는 연장인 '망치'의 옛말.
이로라 '~이로다'에 해당하는 옛 종결형으로, '바로 ~이다'라는 영탄의 어조를 나타낸다.
심상·해설
어느 곳에도 머물지 못하고 나비와 이삭과 저무는 해 사이를 흘깃 스쳐 지나가는, 즐거움도 마음도 없는 바람의 쓸쓸한 자취가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