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밤의 대동강가에서
나의 발 가에서
작은 노래를 놓으며 흘러가는
대동강의 밤의 고요한 물은,
흘러가는 때와도 같이, 소리 없어라.
강 위에 떠도는 등불의
붉게도 희미도, 푸르게도 빛나는
놀잇배의 취한 손의 뒤설레는 소리는
피곤한 기녀(妓女)의 무심한 수심가(愁心歌)와 함께 빗겨 들려라.
쳐다보면 위에는 아득하게도 검은 하늘,
내려다보면 아래엔 희게도 번득이는 강물,
밤은 나의 위에도 있으며, 아래에도 있어,
온갖 세상의 갖가지 습속만이 멀어져라.
주석
대동강(大同江) 평양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 예부터 뱃놀이와 풍류, 평양 기녀의 노래로 이름난 곳이다.
수심가(愁心歌) 평안도 지방의 대표적인 민요. 인생의 무상과 시름을 애절하게 노래하는 서도소리이다.
습속(習俗) 습관이 된 풍속, 곧 세상의 갖가지 관습과 일상을 뜻한다.
심상·해설
발치에서 소리 없이 흘러가는 대동강의 밤물 위로 색색의 뱃등불이 떠돌고, 취한 뱃손님의 소란과 기녀의 애잔한 수심가가 비껴 들려오는 가운데 위아래로 밤에 잠긴 채 세상과 멀어지는 고독한 정취가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