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쓰키하라 도이치로
장어를 처음 먹는 건 누구냐 계란을 처음 먹는 건 누구냐 어쨌든 충분히 배가 고팠던 모양이군
돌과 돌이 맞비비어 오랜 동안엔 역시 아이가 생겨나나 보다 돌은 좋아하는 돌에게 갈 수가 없다
나의 길 앞에 하나의 패말뚝이 박혀 있다
나의 부도덕이 행형되고 있는 증거이다
나의 마음이 죽었다 고 느끼자 나의 육체는 움직일 필요도 없겠다싶었다
달이 둥그래지는 내 잔등을 흡사 묘분을 비추듯 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참살 당한 현장의 광경이었다.
주석
쓰키하라 도이치로(月原橙一郞) 이상이 일본어로 발표한 시의 제목이자 시인이 빌린 일본식 가명. '쓰키하라(月原)'는 '달벌판', '도이치로(橙一郞)'는 등자빛 사내라는 뜻을 담은 자조적 이름.
행형(行刑) 형벌을 집행함.
묘분(墓墳) 무덤, 봉분.
참살(慘殺) 참혹하게 죽임.
심상·해설
달빛이 무덤을 비추듯 굽은 잔등을 훑고, 길가에 박힌 패말뚝 곁에서 자신의 죽음을 내려다보는 차고 음산한 환영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