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정식
정식
I
해저에가라앉는한개닻처럼소도가그구간속에멸형하여버리더라완전히닳아없어졌을때완전히사망한한개소도가위치에유기되어있더라
정식
II
나와그알지못할험상궂은사람과나란히앉아뒤를보고있으면기상은몰수되어없고선조가느끼던시사의증거가최후의철의성질로두사람의교제를금하고있고가졌던농담의마지막순서를내어버리는이정돈한암흑가운데의분발은참비밀이다그러나오직그알지못할험상궂은사람은나의이런노력의기색을어떻게살펴알았는지그때문에그사람이아무것도모른다하여도나는또그때문에억지로근심하여야하고지상맨끝정리인데도깨끗이마음놓기참어렵다
정식
III
웃을수있는시간을가진표본두개골에근육이없다
정식
IV
너는누구냐그러나문밖에와서문을두드리며문을열라고외치니나를찾는일심이아니고또내가너를도무지모른다고한들나는차마그대로내어버려둘수는없어서문을열어주려하나문은안으로만고리가걸린것이아니라밖으로도너는모르게잠겨있으니안에서만열어주면무엇을하느냐너는누구기에구태여닫힌문앞에탄생하였느냐
정식
V
키가크고유쾌한수목이키작은자식을낳았다궤조가평편한곳에풍매식물의종자가떨어지지만냉담한배척이한결같아관목은초엽으로쇄약하고초엽은하향하고그밑에서청사는점점수척하여가고땀이흐르고머지않은곳에서수은이흔들리고숨어흐르는수맥에말뚝박는소리가들렸다
정식
VI
시계가뻐꾸기처럼뻐꾹거리길래쳐다보니목조뻐꾸기하나가와서모로앉는다그럼저게울었을리도없고제법울까싶지도못하고그럼아까운뻐꾸기는날아갔나
주석
정식(正式) 정해진 격식. 여섯 편으로 된 연작시로, 격식을 갖춘 듯한 제목과 무질서한 내면이 대비된다.
소도(小刀) 작은 칼.
구간(軀幹)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서 머리와 팔다리를 제외한 몸통.
멸형(滅形) 형체가 사라져 없어짐.
시사(時事) 그 당시에 일어난 여러 가지 일.
궤조(軌條) 기차나 전차가 다니도록 깔아 놓은 철길, 레일.
풍매식물(風媒植物) 꽃가루가 바람에 날려 옮겨져 가루받이가 이루어지는 식물.
청사(靑蛇) 푸른 뱀.
심상·해설
닳아 사라지는 칼, 웃는 입을 가진 두개골, 안팎으로 잠긴 문을 두드리는 낯선 자가 차례로 떠오르며 정연한 형식 속의 불안한 내면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