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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1930년대

벽

윤곤강 · 1930년대
납덩이의 하루살이에 밤이 나리면 지친 사지가 데식은 기지개를 켠다 마주뵈는 벽 하얀 벽 속엔 흐미하게 켜지는 저승의 등불 슬퍼함은 나의 버릇 꿈도 이젠 깨어진 거울쪽 거꾸로 서면 가슴의 먼지는 가랑잎처럼 우수수 쏟아질까 별이 떨어지는 벼랑처럼 멀고 아득한 나의 밤

주석

데식은 '데우다 만 듯 미지근하게 식은'의 옛말투. 기운 없이 식어 빠진 상태를 이른다.

심상·해설

납덩이처럼 무거운 하루 끝에 밤이 내리고, 마주 보이는 하얀 벽에는 저승의 등불 같은 희미한 빛이 어린다. 깨진 거울 조각 같은 꿈을 안고, 별이 떨어지는 벼랑처럼 멀고 아득한 밤을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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