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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 삼수
1930년대

영춘 삼수

심훈 · 1930년대
책상(冊床) 위에 꺾어다 꽂은 복숭아 꽃 잎잎이 시들어선 향기(香氣) 없이 떨어지니 네 열매는 어느 곳에 맺으려는고. × 개천 바닥을 뚫고서 언덕 위로 파릇파릇 피어 오르는 풀 잎새 망아지나 되어지고 송아지나 되어지고. × 창경원(昌慶苑) 벚꽃(夜櫻) 구경을 휩쓸려 들어 갔다가 등을 밀려 나오니 가등(假燈) 밑에 기다란 내 그림자여!

주석

영춘(迎春) 봄을 맞이함.

창경원(昌慶苑) 일제가 조선의 궁궐 창경궁을 격하하여 동물원·식물원을 들이고 유원지로 만든 곳. 봄철 밤 벚꽃놀이(야앵)로 유명했다.

야앵(夜櫻) 밤에 즐기는 벚꽃놀이. 본문 '벚꽃'의 한자 표기.

가등(假燈) 행사 때 임시로 설치한 등불, 임시 가로등.

심상·해설

시들어 떨어지는 복숭아꽃과 흙을 뚫고 돋는 풀잎이 봄의 명암을 갈라 보이고, 떠밀려 나온 밤 벚꽃놀이 가등 밑에 홀로 길게 늘어선 그림자가 쓸쓸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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