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늦봄에 길 떠나며
날은 길고 심산(深山)엔 풀이 푸르리
어디로 봄 갔는지 길 모르겠네.
묻노니 이내 몸은 무엇 같을꼬
석양(夕陽)녘 하늘 끝의 외로운 구름.
日永山深碧草薰 一春歸路難分 일영산심벽초훈 일춘귀로난분
借問此身何所似 夕陽天末見孤雲 차문차신하소사 석양천말견고운
푸른 풀 향기(香氣)롭고 나날이 날은 길어
어디로 봄 갔는지 알 길은 바이없네
이 몸은 석양(夕陽) 하늘 끝 외구름인가 하노라.
주석
심산(深山) 깊은 산.
借問(차문) 한번 물어본다는 뜻의 한문 투 표현. '묻노니'에 해당한다.
天末(천말) 하늘 끝, 하늘가.
孤雲(고운) 외로운 구름. 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를 비유한다.
바이없네 전혀 없다는 뜻의 옛말. '바이'는 '전혀·도무지'.
심상·해설
해 길어진 늦봄, 깊은 산은 푸르게 우거지는데 봄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 수 없다. 석양 진 하늘 끝에 홀로 떠가는 구름에 정처 없는 제 신세를 견주는 나그네의 고독이 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