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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야락
1930년대

소야락

심훈 · 1930년대
달빛같이 창백(蒼白)한 각광(脚光)을 받으며 흰 구름장 같은 드레스를 가벼이 끌면서 처음으로 그는 세레나데를 추었다. 「차이콥스키」의 애달픈 멜로디에 맞춰 사뿟사뿟 떼어 놓는 길고 희멀건 다리는 무대(舞臺)를 바다 삼아 물생선처럼 뛰었다. 그 멜로디가 고대로 귀에 젖어 있다. 두 손을 젖가슴에 얹고 끝마칠 때의 포즈가 대리석(大理石)의 조각(彫刻)인 듯 지금도 내 눈 속에 새긴 채 있다. 그때까지 그는 참으로 깨끗한 소녀(少女)였다. 돈과 명예(名譽)와 사나이를 모르는 귀여운 처녀(處女)였다. 나의 청춘(靑春)의 반(半)을 가져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1930.9

주석

소야락(小夜樂) '작은 밤의 음악'이라는 뜻으로 세레나데(serenade)를 한자로 옮긴 말. 본래 밤에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던 사랑의 노래·곡이다.

각광(脚光) 무대 앞쪽 아래에서 배우를 비추는 조명(footlight). 흔히 '주목·조명을 받는다'는 비유로도 쓰인다.

차이콥스키 표트르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등 발레 음악으로 유명한 러시아 작곡가.

물생선 갓 잡아 살아 있는 싱싱한 생선. 여기서는 무대 위에서 펄떡이듯 생동하는 무용수의 다리를 비유한다.

심상·해설

창백한 무대 조명 아래 흰 드레스를 끌며 차이콥스키 가락에 맞춰 춤추던 깨끗한 소녀의 마지막 포즈가 대리석 조각처럼 눈에 새겨져, 청춘의 절반을 가져간 그 사랑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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