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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스
1920년대

로-만스

박용철 · 1920년대
너희는 이를 갈처 어리석다 부르느뇨 내 생명의 불ㅅ길이 이제 차츰 줄어들어 세상에 대한 욕망이란 연기같이 사라질제 오히려 저를맞나 한마디말슴 하려함을. 저의손 내가슴에 두손으로 부여안고 그리못한다면 얼굴 가만히 보람으며 그도 못한다면 고개 깊히 숙이고 다만 할말은 그대여 나를 용서하라. 하찮은 다툼이 아니런가 부질없은 자랑이 아니런가 서로 마음의 고향을 등지고 돌아올 길을 막았드니. 수많은 꿈에만 거리낌 없이 그대 발아래 엎드렸으나 오─ 말하라 그대 또한 아니 그러 하였든가. 그대 찬란한 의상에 빛나고 웃음의 걷는거름 앞에 가지나 네 마음속을 깨미는 어둠을 내사 안단다 보았드란다. 나의 가슴속에 맺혔든 원한의 매듭 매듭 이제 사라지고 지는해 왼들에 분홍물 드림같이 뉘우침이 고이 나려오고 쌓였든 눈이 어찌 단번에 슬림같이 애틋한정에 마음 녹아 흐르려나니 그대여 그대의 닷지운 정을 풀어놓아 용서의 넓은 바다우에 떠서 이리로 오라 두손 안고 얼굴 가만히 보람으며 다만 할말은 그대여 나를 용서하라 둘이맘 다시 사개맞힘같이 어울려 녹는 사이에 나는 영원의 평화와 잠의 나라로 떠나 가련다

주석

로-만스(romance)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 또는 그러한 정서를 가리키는 외래어.

보람으며 '바라보며'의 옛 표현. 가만히 눈여겨본다는 뜻.

사개맞힘 사개는 상자나 문틀의 모서리를 서로 맞물리게 끼우는 짜임. 두 마음이 빈틈없이 들어맞음을 비유한다.

닷지운 정 '닫아 잠근 정'. 마음을 닫아건 상태를 뜻한다.

심상·해설

꺼져 가는 생명의 불길 앞에서 원한을 풀고 용서를 구하며, 지는 해에 들이 분홍빛으로 물들고 쌓인 눈이 녹아내리듯 마음이 풀려 영원한 안식으로 향하는 화해의 장면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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