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낙엽
산산한 게, 몸이 오싹 떨리지.
지금 추억만은 우리의 동산은
달빛에 비치어 은색에 싸였다
자, 내 사람아, 동산으로 가자.
갈바람은 솔솔 스며들지.
나뭇잎에 비가 내려붓는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어린 꿈의 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옷을 새빨갛게 벗기운 포플러는
바람결이 휙 하고 지날 때마다
검은 구름이 덮인 하늘을 향하고
아직도 오히려 새봄을 빌고 있다.
오오, 내 사람아, 가까이 오렴,
지금은 가을, 흩어지는 때
흩어지는 낙엽의 우리의 소리를 듣자,
명일(명일)이면 눈도 와서 덮이겠다.
가을을 만난 우리의 사랑,
겨울을 맞을 우리의 꿈,
열정이나 식기 전에 더운 키스로
오늘의 이 밤을 새워보자.
주석
명일(明日) 내일, 다음 날.
갈바람 ‘가을바람’을 줄여 이르는 말.
포플러 버드나뭇과의 큰키나무. 미루나무·양버들 따위를 두루 이르는 외래어.
심상·해설
달빛에 은색으로 물든 가을 동산에서 낙엽 지는 소리를 들으며, 곧 눈이 덮일 겨울이 오기 전 식어가는 열정을 붙잡아 뜨거운 밤을 함께 새우려는 연인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