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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1930년대

추억

김기림 · 1930년대
종다리 뜨는 아침 언덕 위에 구름을 쫓아 달리던 너와 나는 그날 꿈 많은 소년이었다. 제비 같은 이야기는 바다 건너로만 날리었고 가벼운 날개 밑에 머-ㄹ리 수평선이 층계처럼 낮더라. 자주 튀기는 팔매는 바다의 화살처럼 박히고 지칠줄 모르는 마음은 단애의 허리에 게으른 갈매기 울음소리를 비웃었다 오늘 얼음처럼 싸늘한 노을이 뜨는 바다의 언덕을 오르는 두 놈의 봉해진 입술에는 바다 건너 이야기는 없고. 곰팡이처럼 얼룩진 수염이 코밑에 미운 너와 나는 또다시 가슴이 둥근 소년일 수 없구나.

주석

팔매 돌 따위를 손으로 힘껏 내던지는 일, 또는 그 돌(팔맷돌). 소년 시절 바닷가에서 물수제비 뜨듯 돌을 던지던 놀이를 가리킨다.

단애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 절벽을 뜻하는 한자어(斷崖).

심상·해설

구름을 쫓아 달리던 꿈 많던 소년 시절의 바닷가 언덕과, 수염 거뭇해진 두 사내가 말없이 같은 언덕을 오르는 오늘이 겹쳐지며 흘러간 세월의 쓸쓸함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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