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1950년대
포도를 걸으며
다져놓은 거리 걸으면서
넓고 푸른 그 풀밭과
종알거리는 시냇물이
그지없이 그리웁다—
가로수(街路樹) 가지가지에
기이(奇異)한 새 나르는 듯
어디선지 모르며도
사슴 노루 뛰노는 듯,
오고가는 수(數)없는 얼굴
아침 저녁 지나치건만
낯설고 붙임성 없어
그 얼굴 찾고, 찾고
얼떨결 허투 보고서
반가움에 가슴 뛰다도
낮 밤에 못 잊는 그 아니매
쓸쓸히 걷던 길 걸을 뿐,
혼잘 때 외로움은
추억으로나 벗 삼건만
뭇 사람 틈 외로움은
그지없이 서운코나
저 난 고장 살면서도
나그넨양 서투를 뿐
먹고 자긴 제 집이나
울고 우네 아닌상 하여
주석
포도(舖道) 돌이나 콘크리트로 단단히 깔아 다진 길, 포장도로. 도심의 거리를 가리킨다.
허투 '언뜻·얼핏'의 옛말. 무심코 잠깐 보는 모양.
혼잘 때 '혼자일 때'의 줄인 옛 표기.
서운코나 '서운하구나'의 옛말 감탄형.
아닌상 하여 '아닌 양 하여, 아닌 듯하여'의 옛말. 제집인데도 제집이 아닌 것처럼 느껴짐을 이른다.
심상·해설
포장된 도심 거리를 걸으며 넓은 풀밭과 시냇물을 그리워한다. 아침저녁 스쳐 가는 수많은 얼굴은 낯설기만 하고, 태어난 고장에 살면서도 나그네처럼 겉도는 도시인의 외로움이 짙게 배어난다.